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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6

#1 파 크라이 5 (2018) - 37시간 파 크라이 5는 괜찮은 게임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괜찮은 파 크라이 게임입니다. 유비소프트가 자신들이 가진 온갖 시리즈들의 특성을 이리저리 섞기 이전까지 유비식 오픈월드라는 말은 넓은 맵, 자잘하게 많은 수집 요소만을 일컫는 말이었고, 그밖에는 비슷해 보이지만 각 시리즈는 나름의 특징을 잘 갖고 있었습니다. 고스트 리콘:와일드랜드,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 그리고 파 크라이 5에 이어지는 혼합의 과정에서 고스트 리콘:브레이크 포인트라는 참사가 벌어지기 전까지는 말이죠. 파 크라이 시리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매니악했던 파 크라이라는 게임을 가져다가 조금 더 매니악하게 만들었다가 큰 재미를 못봤던 유비소프트가 캐주얼함을 섞으면서 탄생한 파 크라이 3의 성공과 호평은 이후 10년을 이어가는 시리.. 2020. 1. 18.
#3 The Beginner's Guide(2015) - 83분 창작물은 언제나 관객을 통해서만 완성된다. 창작자가 자기 스스로 즐기기 위해 만든 것마저도 그 창작자 자신이라는 관객을 갖는다. 단순히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만들었기 때문이 아니라 창작물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이 관객이기 때문에 창작물에게 관객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때문에 과거에 창작된 대부분의 예술작품들은 전적으로 관객을 향해서, 그리고 관객에 대해서 만들어졌다. 창작자는 물론 창작된 것의 가장 첫번째 관객이지만, 그의 관객으로서의 역할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중세의 종교적 목적을 가진 작품들은 종교집단이나 국가권력과 같은 관객의 요구에 맞추어서 창작되었으며, 근대에 와서도 거대 상인가문의 지원을 통해서 다양한 예술들이 나타났다. 그런 의미에서 창작물은 언제나 그것을 향유하고자 하는 .. 2019. 11. 4.
#2 파크라이5(2018) - 37시간 로빈슨 크루소는 무인도에 난파된 채로 28년을 생존한다. 어린 시절 읽었던 요약판 로빈슨 크루소를 다 읽고 내가 떠올린 의문은 "이 사람은 외로움이 없나?"였다. 물론 프라이데이를 구조하고 나서부터는 혼자가 아니었지만, 보통 사람이라면 느낄만한 외로움의 시간동안 로빈슨 크루소는 꾸준히 자신의 삶을 꾸리는데 전념한다. 훗날 (2000)를 보며 나는 그런 질문을 떠올린 사람이 오직 나뿐이 아니었다는 것에 안도했다. 일상적인 세상에 살던 이가 갑자기 무인도에 살게 되었을 때 마주하게 되는 것은 생존뿐 아니라 고립인 것이다. 로빈슨 크루소가 자연에서 문명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했던 것처럼, 파 크라이 5는 익숙한 질서가 무너진 고립된 지역에 남은 주인공이 다시 질서를 세워가는 이야기이다. 물론 이 경.. 2019. 10. 27.
#1 둠(2016) - 18시간. 살해를 묘사하는 대부분의 매체나 문화는 언제나 현실에서의 폭력을 조장한다는 혐의를 받는다. 과거에 락이나 헤비메탈 음악이 그랬듯, 폭력을 다룬 영화들이 그랬듯, 그리고 오늘날에는 게임이 그러고 있듯 말이다. 인류의 역사에서 폭력이 사라진 적은 없었다. 적어도 인간이 혼자서 살아가는 한 폭력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래도 19, 20세기의 혼돈과 계몽의 시대를 거쳐 우리 시대에는 적어도 그에 대한 거부감이 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폭력은 조절되고, 관리되고, 예방되었다. 그러나 잊을만 하면 터져나오는 무차별적 살인이나 여전히 세계 어딘가에서 끝나지 않고 반복되는 전쟁이나 국지적 분쟁을 보면 어쩌면 인간에게 폭력과 살인에 대한 충동이 내재된 것이고 단지 사회가 이들을 억제하고 있는 건.. 2019. 10.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