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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영상

<대학살의 신>, 2012

by RaccoonB 2012. 8. 20.

 


대학살의 신 (2012)

Carnage 
7.8
감독
로만 폴란스키
출연
조디 포스터, 케이트 윈슬렛, 크리스토프 왈츠, 존 C. 라일리
정보
드라마 | 프랑스, 독일, 폴란드, 스페인 | 80 분 | 2012-08-16
글쓴이 평점  

 

 

 

뉴욕 브루클린 공원에서 아이 둘이 싸웁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싸웠다고도 할 수 없지요. 말다툼을 하다 한 친구는 들고 있던 막대를 아무렇게나 휘둘렀고, 상대편 친구는 거기에 맞아서 앞니가 부러집니다.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부모가 나서서 처리해야할 일이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두 부부는 만나게 됩니다. 꽤나 불유쾌한 관계로.

 

 

대학살의 신

 

영화는 동명의 연극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쯤되면 프랑스 연극에 대한 편견이 생기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봤던 프랑스 연극이란 한결같이 애매한 상황에서 애매한 이야기를 우스꽝스럽게 끌어가는 지 모릅니다. 제목은 보통 내용과 별 상관이 없습니다. 제목 대학살의 신도 작중인물이 꺼내는 대사에 불과합니다. 아니. 어쩌면 극의 주제를 가장 잘 함축하는 표현일수도 있습니다. 이제부터 이 집 안에서는 학살이 벌어질 테니까요.

 

학살의 대상은 개인입니다. 영화는 차근차근 각 인물들을 살해하기 시작합니다. 쉽게 말하면 그들이 쓰고 있던 가면일수도 있고, 어쩌면 그 사람이 스스로 형성하고 있던 개인 자신입니다. 무기는 어쩌면 술이거나, 핸드폰이거나, 아이들일수도 있지만, 더 정확히는 자기모순입니다. 스스로가 내포하고 있는 자기 모순은 대화를 하면 할수록 점점 구체적으로 드러납니다. 항상 우리가 말을 많이 하다가 패망하는 것처럼, 술을 마시고 주절거린 이야기들에 묻힌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듯이, 대화를 그들을 파멸로 이끕니다. 어떠면 그들의 진정한 모습일 수도 있고, 어쩌면 '멘붕'일수도 있구요.

 

 

살아있는

 

영화는 무척 우스꽝스럽습니다. 정말 대놓고 폭소하게 하는 장면들이 몇군데 있고, 전체적으로 잔잔한 미소보다는 소리내어 웃게 되는 장면이 이어집니다. 전혀 작위적이지 않은 웃음을 지을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은 그들의 살아있는 모습입니다. 작중 인물들은 그야말로 어디서나 찾을 수 있는 모습들입니다. 세계의 평화와 공동체의 행복을 추구하는 이상주의자, 속물 근성을 감추고 살아가는 중산층 시민, 큰 일의 중역이라고 믿고 있지만 소시민적인 약점을 두루 갖추고 있는, 더불어 교양있는 척 하지만 결국 허영과 위선으로 스스로를 포장하고 있는 사람들이지요.

  이들을 무너트리는데에는 별다른 장치가 필요없습니다. 폭력이라는 전혀 이성적이지 않은 사건을 이성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시도부터가 위태위태한데, 여기에 감정과, 사상의 대립, 육체의 반응에 남녀 차이까지 들어가면 그 파괴력이야 이루말할 수 없지요.

그리고 인물들은 참으로 적절하게 무너져내립니다. 어찌 웃기지 않을 수 있겠어요.

 

 

 

줄타기

 

 

우리의 일상이란 항상 아슬아슬한 줄타기와 같습니다. 주변의 기대와 어떤 사회적 요구가 끊임없이 우리를 주시하고 있는데서 항상 우리는 스스로를 개방하고 자유로워지고 싶은 충동을 겪지요. 어른과 아이의 많은 차이중에 우리는 '하고 싶은 걸 참을 줄 아는 것이 어른'이라는 정의를 손쉽게 떠올릴 수 있습니다. 때문에 어른들은 항상 하고 싶은 것에 조금 더 엄격하게 대하지요. 하지만 어른이나 아이나 사람이기는 매한가지인데, 사람이 어떻게 하고 싶은 걸 참고 살수 있습니까? 단지 참을 뿐이지, 완전하게 억제하지는 못하지요. 영화는 그러한 점을 노려서 인물들을 공격합니다. 아마 실제로 누구든지 이러한 상황에 처하면 무너지지 않을 수 없겠지요.

 

 

 

주의

 

삶에 너무 진지한 분들은 관람 후에도 전혀 우습지 않을 수 있습니다. 풍자라는게 항상 그렇지요. 진지한 사람은 전혀 웃길리가 없습니다. 앞에서 멀쩡한 삶을 제멋대로 재단해 대는데 무엇이 웃기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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